Search
Duplicate
🗣️

데이팅앱 가입 후 2시간, 남성 200명이 관심을 보냈다

데이팅앱 가입 후 2시간, 남성 200명이 관심을 보냈다

안재원 큐피스트 대표 인터뷰
[테크월드뉴스=이혜진 기자] “사랑하는 것은 천국을 살짝 엿보는 것.”
서울 강남역 인근 큐피스트 사무실 창문에 쓰여진 문구다. 18일 오전 9시 천국을 엿보기 위해 큐피스트가 운영하는 국내 1위 데이팅 앱 ‘글램’에 들어갔다. 사진과 간단한 프로필(성별∙사는 곳 등 11개 항목)을 입력하니 회원가입이 손쉽게 처리됐다. 실명은 필요 없고 나이와 키∙직업∙종교 등의 진위 여부도 확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얼굴이 나오지 않은 사진을 올리자 가입이 반려돼 최근 촬영한 전문가용 프로필 사진을 올렸다.
결과는 전체 4등급 중 1~2등급에 해당하는 이용자를 소개받을 수 있는 ‘골드’였다. 사진 평가가 가장 깐깐하고 이미지가 최소 등급 미만이면 가입이 안 돼 비교적 ‘좋은 사람(?)’이 많다고 알려진 국내 3위 데이팅앱 ‘아만다’에선 전체 4등급 중 2~3등급 사이의 이성만 소개가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안재원 큐피스트 대표는 서울 강남구 큐피스트 사무실에서 “사업을 데이팅앱으로 시작했지만 올해 초 라이브 방송 서비스를 출시하고 최근 연애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는 유튜브 채널 ‘글램’이 35만여 명의 구독자를 확보하는 등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회사로서 회사의 성장을 지켜봐달라”고 강조했다.
지갑 열면 만남 성사 확률 올라가는 구조...”월 100만 원 이상 쓰기도”
글램 가입 2시간이 지났을 때 관심을 표시한 사람들은 200여명이었다. “스킨십 잘해주는 분 좋아요”라고 자기 소개를 썼거나 ‘**이 아빠’가 필명인 이들을 볼 수 있었다. 허벅지 만한 팔뚝이 보이는 사진을 올린 남성들도 있다. 글램을 비롯해 다양한 데이팅앱을 4년 넘게 써온 김모(33)씨는 “성공 확률을 높이려면 너무 싫지 않은 선에서 ‘좋아요’를 보내야 한다”며 기자에게 ‘좋아요’를 보낸 이유를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안재원 큐피스트 대표는 “이용자 비율은 3(남성):1(여성)이고 남성이 여성보다 표현을 더 잘하는 편”이라며 “카톡 대화로 넘어가는 등 이용자끼리 서로 연결되는 인원 수는 일일 활성 사용자수(DAU)의 13~15% 꼴”이라고 말했다. 18일 빅데이터 분석 페이지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글램의 15일 기준 DAU는 8만 6849명으로 국내 2위 데이팅앱 사업자인 위피(5만 5456명)보다 56.6% 더 많다. 75%인 6만 5000여 명이 일일 남성 활성 사용자라고 보면 기자에게 관심을 표현한 200여 명이 많은 수치는 아닌 셈.
지갑을 열수록 만남이 성사될 확률은 올라간다. 안 대표는 “무료 서비스(매일 3회 대화 신청) 범위를 벗어나면 게임 아이템처럼 1건당 과금하는 방식이 적용된다”며 “아이템 1개당 금액은 1900원이고 1개에 1명씩 호감을 표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한 달 기준으로 이용자 1인당 최대 사용 금액은 얼마일까. 안 대표는 “월 100만 원대 이상으로 쓰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용자들이 그렇게 지불을 많이 하는 것이냐’는 질문엔 “연결이 안 되는데 돈을 쓰는 이용자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의사와 같은 특정 직군의 사람만 만나려고 해도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하루에 노출할 수 있는 프로필의 숫자가 제한돼 더 많은 상대에게 노출하기 위해서도 비용을 지불한다.
큐피스트 사무실 창가 앞에 사랑에 관한 격언을 쓴 인쇄물이 놓여 있다.
“매년 20~30% 매출 성장에도 영업이익률 낮은 이유? ‘라이브 방송’ 투자”
큐피스트의 성장세는 가파르다. 안 대표는 “2017년 창업 후 매출이 매년 20~30%씩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영업이익률은 낮다. 그는 “적자는 아니지만 지금은 회사의 운영방향상 (이용자들로부터) 돈을 끌어당길 때가 아니다”라며 “그동안의 운영방침과 달리 벤처캐피탈(VC)로부터 투자를 받으며 회사를 더 공격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영업이익률이 낮은 이유는 최근 ‘라방’(라이브 방송)이라고 부르는 새로운 방식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관련 투자를 늘렸기 때문이다. 라방을 하기 전까지 그동안 글램에선 언제나 가짜와의 ‘전쟁’이 벌어졌다. 50세를 29세라고 해도 확인할 수 없고 사진 보정 기술이 발전하며 의도치 않은 거짓말도 나왔다. 세계 1위 데이팅앱인 틴더와 아만다 등 타사 앱도 겪는 문제다. 휴대전화 등으로 신원 인증을 하면 비율을 낮출 순 있지만 아예 없앨 수는 없다.
온라인 데이팅 플랫폼이 라방으로 진화하면 이 같은 문제를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다른 장점도 있다. 안 대표는 “우리나라 상당수의 데이팅 업체가 이용자의 결제를 유도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한다”며 “(글램도 그럴 것이라고 의심받았지만) 올해 초 라방을 도입한 뒤 (글램에 대한) 의구심이 거의 사라졌다”고 말했다.
글램은 기존 서비스와 라방 모두에서 이성 교제나 동네 친구 만남 등을 명목으로 악의(ex. 성적 접촉 유도, 금전 요청)를 갖고 접근하는 이용자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안 대표는 “라방을 모니터링하다가 남녀갈등을 조장하거나 욕을 하는 등 불량 이용자가 적발되면 강제로 퇴장을 시킨다”며 “라방과 같은 초기 커뮤니티 서비스는 이용자들에게 브랜드 가치를 얼마나 잘 유지하느냐가 관건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안 대표가 회사의 신사업인 ‘라이브 데이팅’이 키워드로 들어간 홍보 외벽 앞에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데이팅앱 부작용으로 경찰 협조 요청, 3개월에 1건 수준”
하지만 검수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안 대표는 “내부적으로 불량 이용자를 신고하는 기능이 마련돼 있어 신고 시 해당 계정과 기기, 전화번호를 차단한다”며 “앱을 사용하다가 카카오톡으로 대화 채널을 옮기는 이용자들은 이후 문제가 발생하면 경찰에 신고하는 등 개인적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은데 경찰에서 협조 요청이 오는 건수는 3개월에 1건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매매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장소가 아니라 가해자들인 것처럼 데이팅 앱도 업체가 자정 작용을 하긴 해야겠지만 악성 이용자가 문제의 핵심인데 자꾸 앱이라는 공간 때문이라는 식으로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미국은 3억 3000만 명이 넘는 인구 중 DAU가 1000만 명 이상일 만큼 데이팅앱이 자연스러운 문화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한국은 아직 데이팅앱에 대한 좋지 않은 시각이 있다”고 하소연했다.
글램은 지난해 말 ‘글램라이브’ 출시를 기념해 JTBC 간판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비정상회담’에 출연해 온 알베르토를 포함해 유명인들을 라이브방송에 출연시켰다. 사진=글램
일각에선 틴더가 세계 1위 데이팅앱이 된 이유는 서로 관심을 표현하지만 서로의 딥(deep)한 부분은 건드리지 않는 것, 부담스러워질 때 언제든 간단하게 관계를 떠날 수 있는 것, 진지하지 않아도 상관없는 것에 있다고 분석한다. 안 대표가 글램을 운영하는 방침도 이와 같다.
그는 “요즘 사람들은 직접 ‘우리 만날래?’ 이런 식으로 의사를 표현하지 않고 서로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취미가 뭔지, 요즘 하는 고민이 뭔지 이런 것들을 그냥 자연스럽게 말한다”며 “실제로 이용자 1:1 인터뷰 결과 과거처럼 좋은 연애 상대를 많이 찾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냥 친구를 찾고 싶어하거나 사소한 감정을 나누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더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글램이 데이팅앱 서비스로 시작해 대부분의 매출이 유료 서비스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는 데이팅앱을 넘어 ‘소셜 엔터테인먼트’ 앱으로 성장하고자 한다”며 “그래서 현재의 ‘업계 1위’, ‘매출 20% 성장’과 같은 데이터들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편하고 재미있는 만남을 실현할 수 있는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앱으로서 어떤 데이터를 만들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기사 원문은 하단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epnc.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