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지하철 스크린도어 옥외광고 도전기
온라인 말고 새로운 채널 없을까?
우리는 데이팅앱 글램을 마케팅하는 팀이다.
우리는 글램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잘 알릴 의무가 있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글램을 알려야 하는데 온라인 광고에만 돈을 쓰자니 쳇바퀴를 도는 것 같은 모양새다. 이 글은 한정된 예산 안에서 잠재고객에게 도달할 새로운 통로를 찾고자 고군분투한 이야기이다.
다만, 글램 서비스를 운영하는 '큐피스트' 는 항상 Why 에서 시작한다. 우리도 Why에서 시작해 보자. Start with Why (사무실 와이파이 비밀번호로도 사용되며 늘상 우리와 가까이 있는 문구)
*글램이 등장하게 된 Why :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 실제 모델, 월 매출 5억 데이팅 앱 대표 이야기
Why 에서 시작하기 1 -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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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서비스는 왜 존재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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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근본적 결핍 '외로움' 을 더 편리하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없애야 할 적은 외로움이다." - 큐피스트 Vision&Mission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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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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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더 빠르게 많은 사람들을 탐색할 수 있게 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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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선호하는 기준에 맞는 사람들을 추천받고 만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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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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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램' 이라는 데이팅 앱을 운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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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호하는 기준에 더 잘 맞는 사람들이 서로에게 추천되는 '추천 알고리즘' 고도화하는 중
우리 서비스를 Why > How > What 순으로 생각해 보았다.
그렇다면 글램을 '알리는' 측면에서 더 세부적인 Why > How > What 을 생각해야 했다.
Why 에서 시작하기 2 - 왜 글램을 써야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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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글램을 써야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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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유저를 돈 벌이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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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길게 본다.
매출과 유저간 연결이 부딪힐 때에는 언제나 매출보다 '연결' 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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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이유로 우리는 유저를 기만하는 아르바이트를 절대 고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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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이유로 우리는 장기간 미접속한 유저(유령회원)를 다른 유저에게 추천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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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알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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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채널 밖 잠재고객에게 우리를 알릴 수 있는 오프라인 광고를 활용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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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라인 광고와 결을 같이 하는 온라인 광고와 보도자료를 동기간에 배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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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광고와 결을 같이하는 이벤트도 집행하는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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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코어 메시지를 슬로건化 하여 캠페인으로 진행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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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알릴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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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할 말이 많으니 아래에
Action Required 1 - 가장 먼저 해야할 것은?
온라인, 인앱(in-app) 채널은 일정에 맞추어 준비할 수 있지만 오프라인 광고는 일단 자리를 잡아 놔야 했다. 합리적인 비용으로, 원하는 일정에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임팩트 있는 광고판은 어디일까?
서울의 힙한 지하철역 광고판은 이미 만석이거나 너무 비싸고, 적당한 가격대의 자리가 있다해도 임팩트가 아쉬운 플랫폼 끄트머리 혹은 계단 옆 벽 정도. 우리가 원하는 7월 중순 일정에 시작할 수 있는 적합한 곳이 없었다.
※여름, 겨울 방학시즌이 되면 접속자수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합성할까?...
우리도 옥외광고 한 번 해보자..
당장 서울이 어렵다면 거점지역을 공략해보자.
Action #1 - 지역선정 및 광고판 예약
부산이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지역별 인구 통계에 따르면 부산은 경기도, 서울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도시이다. 도 단위를 제외한 단일도시로는 서울 다음으로 인구가 많다. 특히나 주요 기업들이 타깃으로 삼고 있는 20-34세 연령대의 인구수 또한 서울 다음으로 많다.
또한 글램 자체 데이터와 기타 정보를 기반으로 아래와 같은 근거를 추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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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상반기, 신규유입된 남성유저가 서울 다음으로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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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상반기, 남성 1인당 결제액이 서울보다 5% 높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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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비해 유저수가 적기 때문에 유입수 증감추이 모니터링이 상대적으로 용이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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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비해 지면확보 경쟁이 덜 치열하고 저렴하기 때문에 빠르게 실행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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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램을 만든 큐피스트 대표와 글램 마케팅팀 리드가 부산출신
통계청 : 2019.01 기준 시군구/성/연령(5세)별 주민등록연앙인구
부산 하면 서면, 서면 하면 부산
서면 : 부산지하철 1,2호선 환승역으로 대학생, 직장인 등 유동인구 연령대 넓으며 백화점, 지하상가, 음식점, 술집, 학원 등 모든것을 해결할 수 있는 올인원 플레이스
부산 어디에 광고를 할 것인지 결정하는 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여름에는 해운대나 광안리도 핫하지만 지하철역이 해변에서 꽤 멀기 때문에 버스나 택시, 자가용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백사장에서 하는 프로모션이나 전시를 기획하기에는 남은 여름이 너무 짧았다.
지하철 1,2호선 환승역에 지하상가와 롯데백화점이 연결되어 있고 서면 카페거리, 서면 먹자골목, 영화관, 영어학원 등 모든 곳으로 연결되는 서면역 으로 정했다. 지하상가 기둥광고와 스크린도어 광고의 가격이 크게 차이나지 않았고 마침 중앙 통로와 가까운 스크린도어 몇 개가 비어있었다.
1호선 양방향 1개씩, 2호선 양방향 1개씩 총 4개의 광고판을 7월 중순부터 1개월간 게재하는 것으로 예약했다.
※부산교통공사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보면 서면 지하철 1,2호선 일일 승하차 인원은 약 10만 명이다.
Action Required 2 - 무슨 메시지를 어떻게 보여주지?
그렇다. 우린 아직 메시지가 없었고 데드라인은 정해졌다.
Action #2 - 광고 기획 및 디자인 작업
1차 아이데이션 - 부산의 아들
6/25 화요일 첫 회의. 우리의 첫 옥외광고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진정성은 있어야 하겠지만 단순하되, 형식에서 벗어난, 눈길을 끄는 광고여야 바이럴이 될테니 고상하기보다는 이슈가 될 만해야 하지 않을까.
5명의 팀원들이 함께 한 회의에는 준비해온 것과 즉흥적인 것을 합쳐 약 20여 개의 아이디어(컨셉 or 카피)가 쏟아졌다. 그 중 '진정성+단순함+눈길을 끄는' 요소를 갖춘 것으로 판단된 컨셉은 '부산의 아들 ㅇㅇㅇ이 만든 데이팅 앱 글램' (이미지 레퍼런스는 "50년 전통 원조할머니국밥" 간판을 떠올리면 된다).
뉴-트로 스타일로 촌스러운듯 세련되게 디자인하면 눈에 확 띄니 묻히지 않을테고 보도자료용 꼭지로도 임팩트 있지 않은가.
2차 아이데이션 - 진정성
6/27 목요일 2차 회의. 우리의 1차 기획은 '리젝' 됐다.
눈길을 끌 수 있고 바이럴이 될 수도 있겠으나 서비스 운영에 '진정성' 있게 임하고 있음을 알리는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2차 회의는 실무를 진행할 3명의 구성원이 참여했고 새벽 1시까지 이어졌다. 이번엔 30여 개의 아이디어(컨셉 or 카피) 가 쏟아졌다. 1)진정성 2)임팩트 두 가지를 모두 만족하지 않는 아이디어들을 지워나갔고 아래 아이디어들이 살아남았다.
네거티브 후킹을 해보았다. 핵심 키워드는 '진짜' '만남'
스크린도어 옆 스티커 광고까지 고려한 디테일 from Ellie
기획자의 고뇌가 엿보이는 처절한 합성 from Jake
"글램에는 알바도 없고 유령회원도 없고 진짜 회원들만 있다" 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 '알바, 유령회원' 을 어떻게 시각화해서 눈길을 끌 수 있을지 고민하던 중 발견한 이미지(아래). 이렇게 메시지의 큰 가닥을 잡고 2차 회의는 마무리됐다(새벽 1시에)
아이디어 컨펌 & 세부기획과 디자인
네거티브 후킹 + 진정성 소구 라는 메시지는 통했으나 카피가 너무 길었다. 카피와 이미지 임팩트도 약하다(착하다) 는 의견이 나왔다. 네거티브 후킹에서는 카피든 이미지든 더 '자극적인' 표현이 필요했다.
텅빈 가짜들이 있는 와중에 '진짜' 가 한 명 있는 그림을 만들 수 있을까?
'아직도 가짜에 속고있니?' 를 더 자극적으로 표현할 수 없을까?
"가짜에 삽질하지마, 진짜만 만나"
수많은 고민과 피드백과 논의를 거쳐 최종 워딩을 정했다.
'가짜'와 '진짜' 모두 실제 모델과 마네킹을 섭외(?) 해서 실사촬영 하려고 했으나 마케팅팀의 보배 중 하나인 PD(레오입니다)가 너무나 매력적이고 적합한 스톡 이미지를 발견한 덕분에 모든 이미지 작업은 실사촬영 없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다.
10회 이상의 컨셉수정을 거쳐 나온 최종 시안.jpg
Action Required 3 - 확산하기
6/25 화요일에 아이데이션을 시작한 옥외광고는 7/17 수요일부터 부산 서면역 스크린도어 4개 방향 4개 광고판에 정상적으로 게재됐다. 폭풍같은 일정이었다. 이제 다채널 확산전략이 필요하다.
서면 1호선 - 3면
서면 1호선 - 1면
서면 2호선 - 3면
서면 2호선 - 2면
세상사람들 우리 광고 좀 봐주세요
Action #3 - 캠페인化
마케팅 캠페인 : 기업의 특정한 목표(새로운 제품 홍보, 브랜드 인지도 제고, 고객 의견 수집 등)를 달성하기 위한 조직화되고 전략적인 활동. 고객에게 도달하기 위해 다양한 미디어 조합을 활용한다.
온라인 광고 배리에이션
옥외광고 디자인을 페이스북 광고용 이미지로 배리에이션 했다.
진짜만 만나-온라인광고 단일이미지 ver. @페이스북
광고 메인 메시지를 다른 컨셉의 이미지로 배리에이션 했다.
진짜만 만나-온라인광고 흑우 ver. @페이스북
영상 콘텐츠 (각서 ver.)
2차 아이데이션 회의에서 나왔던 '진정성' 을 극대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다. 옥외광고 작업이 마무리된 후 바로 콘텐츠화가 시작됐다. 콘텐츠 기획+영상 촬영+영상 편집+온라인광고 집행+기타 마케팅액션 실행을 겸하고 있는(마! 이게 스타텁이다) Jake가 큐피스트 대표를 데리고 법무법인에 가서 각서를 쓰게 하고 공증을 받았다.
큐피스트의 대표로서
'가짜회원' 으로 유저를 기만하지 않을 것이며
언제나 매출보다 유저간 연결을 중시할 것이며
시청자들의 귀가 더 편안할 수 있도록 발음교정도 받을 것임을 '공적으로 증명' 했다.
기획기사 작성 & 배포
글램이 아직 엄청나게 유명하진 않기 때문에 보도자료를 보낸다고 해서 쉽게 노출되지 않는다. 그래서 시의성과 이슈를 담아 기획기사 형식으로 보도자료를 작성했다.
광고 캠페인 기록
'가짜에 삽질하지마, 진짜만 만나' 메시지를 필두로 한 콘텐츠를 계속해서 생산해내며 옥외광고가 종료되는 8월중순까지 과연 부산에서의 신규 유입이 늘어나는지, 우리의 카피가 어디에서 얼마나 언급되는지를 캠페인 성과로서 살펴보고 있다. 이 글도 '진짜만 만나' 캠페인 콘텐츠의 일환이다.
보너스)식스센스급 반전
일정은 촉박하고 체계는 헐렁해서 일이 잘 되고 있는건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순간도 있었다. 광고 캠페인 경험자도 옥외광고 경험자도 없어서 모든 게 물음표였다.
물음표가 마침표로 바뀔 때쯤, 옥외광고 게재예정일 5일 전 부산 지하철파업이 시작되었다. '부산 지하철' 의 연관검색어와 뉴스는 모두 '파업' '노조' '적폐' 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심각한 사회적 이슈일 뿐 아니라 파업으로 배차간격이 길어지고 지하철 유입인구도 줄어들 수 있는 상황에서 일정대로 강행하는 건 위험부담이 컸다. 결국 게재예정일 4일 전 계약을 취소했다.
7/10 부산 지하철 파업 시작
"메시지와 이미지는 다 잡혔으니 다른 채널에 활용하면 된다" 고 했으나 어느 채널보다 집중적으로 많은 에너지를 쏟았기에 힘이 빠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인생사 새옹지마. 거짓말처럼 그 다음날 노사가 극적으로 타협하여 파업 2일만에 부산 지하철이 정상화되었다. 시트콤같은 하루하루였다. 다시 업체에 전화를 걸어 계약을 재개하고 기존 게재예정일보다 이틀 뒤인 7/17(수) 부터 정상적으로 옥외광고를 게재할 수 있었다.
7/12 부산 지하철 파업철회 & 정상화(훈훈)
마치는 글 -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더 재미있게
우리 뿐만 아니라 많은 스타트업이 매일매일(혹은 매시간) 온라인 광고 효율을 체크하며 데이터 기반의 '퍼포먼스 마케팅' 을 하고 있을 줄로 안다. 전환가가 올라가고 광고노출 빈도가 올라가는데 새로운 소재를 만들고 타겟팅을 조정해도 효율은 쉽사리 개선되지 않을 수 있다. 때로는 효율 개선보다 새로운 판로를 찾으며 리프레쉬 해보자.
다만, 월 마케팅비를 쪼개서 옥외광고 한 번 하려다보니 가성비 를 뽑아야 한다는 생각에 메시지보다는 비주얼 임팩트(혹은 B급 감성)에 치중한 '광고를 위한 광고' 를 할 뻔 했다. 하지만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핵심은 '메시지' 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했다.
우리가 고객들에게 진짜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무엇인지 원점으로 돌아가서 고민했다. '광고를 위한 광고' 가 아닌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진정성 있는 이야기' 가 무엇일지 구성원들과 논의하는 시간 자체가 엄청난 공부이자 결실이었고 무엇보다 재미있었다.
실제로 글램은 회원대행 아르바이트를 고용하거나 유령회원을 추천하는 일이 없기때문에 당당하게 '알바 없음, 유령회원 없음' 을 내세울 수 있었다는 점도 서비스에의 자긍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이번 광고 캠페인은 글램에 대해서 큐피스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깊게 고민할 수 있는 기회였다.
또한 마케팅팀 구성원들과 대표의 넘치는 아이디어와 높은 몰입도를 다시 한 번 체감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 없는 글램의 진정성과
해봅시다 하면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구성원들과 함께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더 재미있게 만들어 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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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도 있고 재미도 있는 글램의 마케팅 액션 업데이트를 기대해 주세요.
우리는 What 만 팔지 않습니다. 언제나 Why 에서 시작하겠습니다.
글램은 사람갖고 장난 안 칩니다.
가짜에 삽질하지 마세요, 진짜만 만나세요.
어디서? 글램에서!
보도 자료
Written by Yubin
Marketing Team Lead of GL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