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랑을 위해 이곳에 왔고, 사랑은 혁명이 필요하다.
사랑은 혁명이 필요해
사랑은 너무나 힘들고 험난하다. 누가 우리와 맞는지 모르고, 알아도 찾을 수 없으며, 찾아도 사랑에 도달하기 힘들다. 혼자 있고 싶으나 외롭긴 싫고, 사랑받고 싶으나 상처받기 싫다. 외로움에 익숙해지고 자존감을 상실하기도 한다. 부의 격차는 사랑의 격차에 비할 바가 되지 않는다.
공간의 시작은 하나의 질문에서
지금보다 진보된 사랑을 꿈꾸는 우리는, 우리의 공간을 하나의 질문에서 출발하기로 했다. '좋은 조직이란 무엇이며, 어떤 조직이 좋은 조직인가?'
흔히 좋은 조직이라 하면 어떤 요청사항도 들어줄 것 같은 CEO와 친절한 동료들, 야근이 없는 정시퇴근과 다양한 복지를 제공하는 회사를 떠올린다. 이런 부분들은 좋은 조직을 만드는 개별적 요소로 작용 될 수도 있지만, 최우선이 되지는 않는다. 사명은 조직의 존재 이유이며 나가고자 하는 목적을 담고 있기 때문에 좋은 조직을 찾고 있다면 가장 먼저 사명이 분명하고 명확한 조직인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고민했다. 좋은 조직 기준은 무엇이며, 어떤 요소들이 좋은 조직을 만들 수 있을지. 경영학에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5가지 질문을 던졌다.
1.
우리의 미션은 무엇인가? 왜,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2.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가? 반드시 만족시켜야 할 대상은 누구인가?
3.
우리의 고객의 가치는 무엇인가? 그들은 무엇을 가치 있게 생각하는가?
4.
우리의 결과는 무엇인가? 어떤 결과가 필요하며,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5.
우리의 계획은 무엇인가?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사명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은 조직의 존재 이유와 목적이 무엇인지를 묻는 것이다. 이 질문은 존재를 위한 방법을 물어보는 것이 아니다. 결국 사명이란 사람들에게 우리 조직이 어떤 존재와 가치로 기억되기를 바라는 가를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만들어 준다. 즉, 사명이란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질문이자 현재의 조직의 모습을 진단하게 만드는 수단이 된다.
오랜 고민 끝에 우리는 본질에 집중하기로 했고 조직이 존재하는 이유와 목적에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하기를 반복했다. 그 결과 우리의 공간 곳곳에 존재 이유와 목적, 방향을 고스란히 담을 수 있었다.
One Team, One Spirit
어느 정도 규모로 성장한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에서는 구성원 중 일부가 사명을 모른다고 해서 당장 무슨 일이 생기지는 않는다. 서비스만 좋다면 망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는 스타트업이며, 매 순간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그렇기에 성장의 이면에 있는 위기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위기의 순간에 생존을 넘어 성장을 도모하는 조직에서는 구성원 개인의 역량뿐만 아니라 단단함 팀워크가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를 뒷받침 할 수 있는 것이 사명이라 생각한다. 모두가 함께 바라보는 목표와 존재 이유야말로 어려운 순간에 서로를 의지 할 수 있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One Team, One Spirit !
다양성을 위해 중앙에 놓인 광장
큐피스트의 출입문을 통과하면 전 구성원들이 편히 쉴 수 있는 광장을 볼 수 있다. 이곳에서는 업무를 하다가 휴식을 취하거나 팀원끼리 티타임을 갖기도 하며, 가끔 점심시간 때 마음 맞는 구성원들이 모여 파파존스 파티가 열린다. 파파존스 파티가 열리는 날, 큐피스트 근처를 지나가다가 타이밍을 맞춰 "파파.......캔유히어미?" 를 외친다면, 당신도 파티원으로 초대될지 모른다. 이 정도의 용기라면 당신은 이미 큐피스트인으로 충분한 자격이 있다.
사명 달성을 위하여
지금의 공간이 만들어지기까지 수많은 고민이 있었다. 어떻게 해야 우리가 모두 사명과 가까이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가치 중심적인 사고와 행동을 할 수 있을까, 깊은 고민 끝에 사명달성을 위한 공간을 디자인했다.
사명은 가르칠 수 있는 교육이 아니며, 주입 할 수 있는 이론의 개념도 아니다. 진정한 사명 중심적인 조직이 되기 위해서는 사명이 구성원 내부에서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발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공간 곳곳에는 사명과 핵심가치, 다양한 메시지들이 녹아들도록 디자인을 했다.
사명이 숨 쉬듯 자연스럽게 공유되기 위해서 우리는 넛지를 이용해 무의식에 집중했다. 우리의 사명과 핵심가치가 모든 구성원의 무의식에 잦은 노출이 될 수 있는 곳은 어디인지 고민한 결과 화장실 주변이 적합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하루에 한 번 이상 누구라도 화장실을 갈 테니 말이다. 화장실 입구 왼쪽에는 사명문과 일러스트(우리가 그리는 미래)를 볼 수 있다.
화장실 입구 왼쪽에 붙어있는 사명문과 일러스트
문화는 같은 가치를 믿는 것
핵심가치는 우리의 문화이자 행동 양식이기에 사명달성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는 핵심가치가 생각과 행동의 기반으로 둘 수 있도록 최적의 장소를 찾아야 했고, 생물학적으로 사람이라면 누구나 잦은 방문을 할 수밖에 없는 화장실 앞쪽에 게시해두었다. 심지어 화장실 내부에도 핵심가치와 관련된 메시지들을 볼 수 있으니 궁금할 경우, 화장실 투어도 추천한다. 단, 자신의 성별에 맞는 화장실만 투어 하길 바란다.
화장실에서도 볼 수 있는 핵심가치 [탁월한 수준]
화장실에서도 볼 수 있는 핵심가치 [단순함]
필자의 핵심가치 경험담
Feat.솔직함
우리 공간의 인테리어 디자인에는 '그냥'이 없었다. 필자도 처음에 핵심가치에 대해서 동의는 했지만 실제로 지켜지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각 핵심가치가 잘 작동되고 있다고 체감하기까지 3개월 정도가 걸렸다. 우리의 핵심가치는 눈에 띄게 움직이지 않는다. 큰 의사결정이나 프로젝트 단에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내 업무, 의사결정 방식, 구성원들의 업무수행 방식과 패턴 등등 작은 단위에서부터 핵심가치들이 지켜지고 있다는 것에 놀랐었다.
필자가 핵심가치에 대해서 처음 느낄 수 있었던 것은 회의 시간이었다. '솔직함'이라는 핵심가치를 바탕으로 회의가 진행되었다.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에둘러 말하거나 어렵게 말하지 않았다. 서로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에 겁을 내지 않았다. 오히려 솔직하게 말해주는 것이 서로의 성장과 업무의 실행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서 솔직하게 피드백을 주고받는다.
열마디 설명보다 강력한 한 개의 메세지
공간 곳곳에는 구성원들에게 건강한 자극과 영감이 떠오를 수 있도록 다양한 메세지들을 주기적으로 교체해서 게시하고 있다. 사명과 핵심가치는 모든 구성원이 같은 방향 하나의 목표를 바라볼 수 있도록 디테일하게 제작되었다면, 공간마다 부착된 메세지들은 자신의 직무와 업무 환경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될 수 있도록 넓은 범위의 메세지들을 게시하고 있다.
그중 가장 와닿았던 두 개의 문구와 관련된 생각과 경험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자기 일을 얼마나 가치 있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만들어지는 결과물의 퀄리티가 달라진다. 냉장고에 물을 채워 넣는 일조차 그 순간만큼은 가장 중요한 일이 된다. 작은 행동이라도 누군가에는 몰입을 위한 업무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의 모든 직무와 역할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우리 조직에서는 능력이 뛰어난 구성원이 맡은 일이 높은 가치로 인정받거나 우대받지 않는다. 개인의 가치와 일의 가치가 서로 비례한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의 책상에서 왼쪽으로 고개만 돌리면 이런 메세지를 볼 수 있다.
"우리는 함께 하는것의 가치를 믿는다."
처음부터 이 문구가 의미 있게 느껴진 것은 아니다. 무더운 여름의 어느 날, 유독 그날의 컨디션이 좋았던 걸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업무에 몰입하고 있었고, 정신을 차려보니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었다. 그런데도 주변에는 여전히 나와 함께하는 몇 명 동료들이 남아 있었다. 그 순간, 이 메세지의 특별한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 함께 한다는 것은 시간과 장소를 말하지 않는다. 같은 곳을 함께 바라보고 같이 걷고 있음을 말한다.
우리 조직에는 퇴근할 때 인사를 하지 않는 문화가 있다. 퇴근을 알리는 인사가 누군가에는 부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누군가의 강요나 동료들의 눈치로 인해 퇴근을 미루지는 않는다.
우리는 누구인가?
광장 벽면에는 인증서를 게시하고 있다. 인증서 Wall은 단순히 구성원들의 사진만 모아놓는 공간은 아니다. 큐피스트(CUPIST)는 큐피드의 대리자라는 뜻(Cupid + ~ist)으로, 인증서에 사인한다는 것은 큐피드의 대리자로서 사명달성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겠다는 약속을 의미한다.
우리 조직은 입사 후 3개월 동안 수습 기간을 갖게 되며 수습 기간은 일반적으로 조직이 구성원의 능력을 평가하는 시간으로 쓰이지 않는다. 업무역량은 기본이며, 사명달성에 함께하기를 원하는 사람인지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으로 사용된다. 반대로 구성원은 큐피스트가 어떤 조직이며 좋은 조직에 부합하는 곳인지, 함께하게 될 동료들과의 합을 맞춰가는 시간을 갖는다.
일의 의미를 찾음에 있어 고객에 직접적인 목소리보다 좋은 것은 없다.
앞서 말했듯이 큐피스트 공간에서 '그냥'이란 없다. 액자 하나, 포스터 하나라도 목적과 이유에 맞게 사용된다. 우리는 퇴근 시간마다 잠시 머물다가 가는 공간이 있다. 그곳에 글램 서비스를 통해 사랑을 시작한 커플부터, 평생 함께할 결혼에 이르기까지 고객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 두었다. 이곳을 WOW Wall이라 부른다. 와우! 할 만한 이야기들이 있으니 궁금하다면 언제든 구경 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고객이 우리 서비스를 통해 어떤 경험을 했는지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된다. 큐피스트가 생각하는 고객의 목소리는 가볍지 않다. 깊이 있는 생각을 위해서는 자주, 오래 머무르는 공간이 필요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시간이 짧게 생각될 수 있지만, 이 공간을 통해 구성원들이 자신들에 일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느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만들어졌다. 일의 의미를 찾음에 있어 고객에게 직접적인 목소리보다 좋은 것은 없기 때문이다.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하면 세상은 조금 덜 외로워진다
우리는 꿈꾼다.
일과 후 집으로 돌아왔을 때 언제나 나를 사랑하고, 또 내가 사랑하는 그 누군가가 있어 함께 오늘을 이야기하고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미래를.
감히 모든 인류가 그렇게 살아가는, 지금보다 압도적으로 행복하고 진보한 미래를.
배고픔을 고민했던 과거를 공감 할 수 없는 현재처럼, 사랑의 결핍을 고민하는 현재를 공감할 수 없는 미래를.
사랑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사랑의 다양성을 존중받음으로써 누구나 사랑할 수 있는 미래를.
우리는 존재한다.
큐피드의 대리자로서.
- 큐피스트 사명문 中 -
과거보다 1인 가구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혼자서 밥을 먹고, 혼자서 영화를 보는 것이 자연스러워진 시대가 왔다. 그런데도 바뀌지 않는 것은 우리는 외로움을 느끼는 존재라는 점이다. 우리의 사명달성 집착이 많은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사랑 할 수 있는 미래가 되기를 바란다.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하면 세상은 조금 덜 외로워진다고 믿는다.
written by mari